가끔 커피챗 등으로 개발자들을 만나거나, 개발 업무에 대해 상대방에 설명해야 할 때가 있다. 그럴때면 가끔 듣는 말이 있다.

개발에 정말 열정적이시네요!

 

그런데, 나는 생각보다 개발에 열정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요즘은 퇴근 후 집에 누워서 유튜브 보면서 드러누워있는게 일이라 오히려 반성하고 있을 정도다. 그런 내가 정말 열정적으로 개발에 임할 때가 있다. 보통 둘 중 하나인데, 다음과 같다.

  • 아무것도 모를 때
  • 분노했을 때

 아무것도 모를 때는 열심히 하는게 당연하다. 예를 들어 회사에서 JSP에서 React.js로 코드 마이그레이션 업무를 받았을 때, 나는 Java만 알고 Javascript에 대해서는 무지했으므로, 알지 못하면 일을 할수가 없어서 살아남기 위해 진짜 열심히 개발공부를 했다.

 그리고 오늘 얘기할 부분, '분노했을 때'이다. 부트캠프에 다니면서 정말 하루에 잠자는 시간 외에는 정말 공부만 했었다. 물론 개발이 재밌어서도 있고, 좋은 동료를 만나서도 있지만 그 이전에는 기저가 있었다.

 

 내가 수료한 부트캠프를 다니기 이전에, 다른 부트캠프를 다녔었다. 어떤 백엔드 언어의 바이블같은 책이 있었는데, 그 책의 저자가 직접 만든 부트캠프를 먼저 갔었다. 가격도 정말 비쌌다. 조금만 과장을 더하면, 지금 수료한 부트캠프의 전체 수강료가 그 부트캠프의 1달 수강료와 맞먹었다. 내가 모아둔 돈을 다 털어서 갔기에 정말 열심히 하려고 했고, 간절한 마음으로 갔다. 질문도 많이 하고, 매주 보는 시험에서 항상 최상위권의 성적을 유지했다.

 

 문제는, 다닌 지 2주일만에 학원에서 잘리게 되었다. 사유는 간단하고도, 어이가 없었다. '질문을 너무 많이 해서.' 처음에는 내가 다른 이유로 잘못했나 싶었다. 왜냐면 다닌지 1주일만에 학원에서 잘렸던 사람이 있었는데, 잘린 사유가 '질문을 너무 안 해서'였으니까. 이 글을 보는 사람들도 내가 잘못된 질문을 했겠거니 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맹세코 개발에 관련된 쓸데없는 질문을 하지도 않았고, 또 무슨 수다맨마냥 너무 여러번 질문을 하지도 않았다. 잘리던 날 내가 마지막으로 했던 질문은 '선생님, 컴퓨터는 1초를 어떻게 세나요?' 였다. 지피티도 없을 때라,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개인적으로 찾아보기도 어려웠고, 블로그에 정말 많은 잘못된 정보를 봤던 때라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정답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질문 뿐이었다.

 

  당연히 잘리던 날 거의 울면서 '앞으로는 질문을 절대 안 하겠습니다' 라는 말을 해도, 그 외곬수의 마음에는 이미 내가 없었다. 무슨 짓을 해도 안 된다고 했고, 다음날 학원에서 만난 동기들은 너무나 의아한 표정으로 나에게 물어봤다. '니가 잘렸다고? 도대체 왜?' 그렇지만 나는 '질문을 너무 많이 했대'라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환불 처리에서도 문제가 있었고, 음식점에 컴플레인 한번 걸어본적 없던 내가 국민신문고에까지 글을 남겼었다. 그제서야 일부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자기가 잘라 놓고. 그 후로는 머릿속에 단 한가지 생각밖에 안들었던 것 같다. '내가 정말 어마어마한 사람이 되어 복수해 주겠다'고. 그렇게 정말 한동안 미친듯이 공부했었던것 같다. 물론, 새로운 부트캠프에서 만난, 내 새로운 개발 인생을 열어준 매니저님이 '질문하시면 저도 답변해드리면서 공부할 수 있어서 좋으니, 질문을 꼭 해주세요'라고 말씀해주셨던 부분도 컸지만.

 

 그렇게 열심히 부트캠프를 다녀 최상위 수료생으로 마친 뒤, 몇 달간을 쉬고 첫 회사에 들어갔다.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기존의 사업을 할 때보다 연봉이 1/3토막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원하던 연봉이 있어서(사규 신입 연봉테이블과 크지 않았다) 되지 않을까 하고 여쭈어봤는데, 답변이 충격적이었다. '보여준 일이 없으니 그만큼은 주지 못 할것 같아.' 그 날부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겠노라고 회사 입사 이후 정말 궂은일 가리지 않고 이 일, 저 일을 다 했다. 물론 불만은 있지만, 그래도 회사에서 백엔드, 프론트엔드, 또 AI 트랙까지 모두 경험해볼수 있었던것이 너무 감사하고 좋았다. 

 

 돌아보니, 그냥 열심히 살았던 것 같은데, 어떻게 보면 분노가 이끄는 삶을 살았던 것 같다. 나는 분노를 부정적 스트레스로 풀지 않고, 긍정적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그래도 분노가 주 원동력이 되는 것 보다는 앞으로는 재미를 원동력 삼아 나아가고자 한다. 세상에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속담은 있지만, '즐기는 자는 분노하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속담은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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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년도 4월 회고  (0) 2024.05.05

4월 회고록

 

 4월은 정말 바빴다. 부트캠프 튜터와 함께 회사에서 첫 메이저 개발업무에 투입되었다.

부트캠프 튜터는 내가 배웠던 대로, 가르침을 받았던 대로 치어리딩과 함께 기술지원 업무만 있는 줄 알았는데 커리큘럼이 바뀌어서 그런지 먼저 알고리즘을 3주동안 가르치게 되었다. 다행히도 알고리즘은 백준 골드1을 쌓아놔서 이해하는 데에는 어렵지 않았지만, 하루에 매일매일 알고리즘을 최대 7문제씩 풀어야 하니 3시에 취침 ~ 7시에 기상하는 날이 많았다.

정말 고된 나날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정말 즐거웠다.

 처음 개발공부를 하러 부트캠프에 갔을 때 누가 시키지 않았어도 항상 공부하느라 새벽 5시에 취침하고 오전 9시에 기상하고, 너무 바빠서 밖에 나가지도 못했었던 생활을 지속하다가 몸이 아파서 취직 전까지는 매일매일 멍하니 하루를 보내는데 허송세월을 보냈다. 취직을 해서도 물론 매일매일 공부했지만, ‘잠이 세상에서 제일 달다’는 다시는 못 느껴봤었다.

 

 우테코 입학 설명회 영상을 본 적이 있었는데, 포비님께서 ‘몰입 경험’에 대한 강조를 하셨었다. 그 때에는 나에게 있어서 ‘몰입’이라는 것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는지 못 느꼈는데, 이번에 정말 바쁜 삶을 살면서 예전 부트캠프 때가 생각나 몸은 힘들었지만 새삼 행복함을 느꼈고 동시에 나의 몰입 경험이 바로 그 시절이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알고리즘 주간이 끝나고는 MSA에 대해 튜터를 해야 했다. 멀티 모듈 프로젝트를 해 본적은 있었지만 MSA에 대해서는 만져본적이 없어서 당황했지만 어찌됐든 수강생들을 이끌고 프로젝트에 대한 도움을 줘야 했다. 그래서 그때부터 MSA에 대해 정말 많이 공부를 했다. 주말에는 MSA와 관련된 DDD에 대해 세션까지 들었다. DDD 세션을 듣고 나니 MSA도 MSA였지만, ‘개발이란 무엇인가’와 함께 회사에서 작성 중인 기고문에 대한 블루프린트가 명확해져 좋았다.

 회사에서는 Agile PMS 개발을 진행했다. PMS는 예전에 부트캠프에서 최종 프로젝트로 B2B SaaS 형태의 PMS를 개발해봐서 플로우는 대충 이해했지만, 회사 자체의 도메인이 정말 어려워서 개발하는데 힘이 들었다. 다만 Agile PMS가 아닌 다른 프로젝트가 이미 개발되어 있어서 참고를 많이 했다.

 개발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Query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이다. 나는 QueryDsl+Spring Data JPA를 배우고 회사에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구버전으로 개발 시Mybatis+native query를 이용하기도 하고, 기존 쿼리들 중 recursive query가 많아서 이런것들을 처음 봐서 매우 어려웠다. 그래서 원래 공부 계획은 Kafka + Lang chain을 이용한 LLM 프로젝트를 혼자 해보고 싶었는데, 5월부터 신버전에 들어가는 jsp → react migration 작업만 하고 kafka보다는 java와 db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의 도메인이 법때문에 굉장히 핫해져서 그런지, 회사의 크기도 엄청 커지고 이에 따라 신입분들도 많이 들어오고 계신다. 다음달에만 해도 신입 사원 10명을 추가 충원한다고 하니, 곧 100명 사원을 보유한 회사가 되는게 머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노력해야 어떤 사람이 들어온다 해도 나의 identity와 irreplaceable함을 증명할 수 있을 것 같다.

 5월에는 신규 프로젝트로 기존 jsp로 되어있던 프론트엔드 소스들을 react로 migration해야 한다. 나는 프론트엔드를 해본 적이 없기에 정말 기대가 되고 열심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는것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 항상 겸손의 자세로 빠르게 배워서 회사에 도움이 되는 좋은 소스코드를 만들어내고 싶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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