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전부터 우리집에서 '마이너스의 손' 또는 '파괴왕'으로 유명했다. 집에서 물건을 고친다고 고쳐보면 항상 물건이 박살나기 일쑤였고, 뭘 만들때도 항상 손이 떨려 제대로 만들 수 없었다. 이 특성은 아마 어머니로부터 유전받은것이 분명한데, 아버지는 옛날부터 항상 물건을 잘 고치셨고 내 동생들 또한 그랬기 때문이다.

 

 이게 무슨 상관이야? 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이유로 인해 개발자가 되기 전까지는 하드웨어 부분에서 아예 손을 떼고 동생들에게 모든것을 일임했다. 개발자가 되어서야 비로소 필요에 의해 조금씩 하드웨어를 손대다보니, 조금씩 흥미가 짙어져 이제는 조금씩 장비들을 사서 연결해보고, 조립해보고 있다.

 

 이사를 조금 더 큰 집으로 간 후, 기존과는 달리 집에 네트워크가 잘 통하지 않았다. 집의 구조도 구조라, 작은 방에 모뎀을 넣어야 하길래 넣었는데, 내 방까지 인터넷 신호가 전달되지 않았다. 부랴부랴 저 네트워크를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고, 메쉬로 집안에 와이파이를 채울 것인지, 아니면 증폭기로 무선 신호를 연결할 것인지 선택해야 했다.

 

  선택 : Mesh vs Extender

먼저 방법을 확인하니, Mesh 시스템으로 집안에 균등하게 와이파이를 구축하거나, Extender로 기존의 무선 신호를 확장할 수 있다.

Mesh와 Extender의 차이는 다음과 같다.

  Mesh Extender
(상대적)가격 비쌈 저렴함
초기 세팅 복잡함 비교적 쉬움
성능 데이터 손실이 거의 없음 디바이스가 많이 연결될수록 성능 저하 있음

 

외에 다른 차이도 있지만, 위 3가지 조건을 보고 결정했는데, 처음 이사할 때만 해도 회사 일도 스프린트를 몰아서 하던 시기였고 이래저래 돈이 나갈데가 있어 나는 Extender로 결정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냥 Mesh 할걸, Extender의 가격이 훨씬 저렴해졌다. 지금 찾아보니 3달만에 25% 할인이라니 말도안돼...!

 문제는 하나 더 있었는데, 아까 설명했던 귀차니즘과 더불어 iptime을 치니 나오던 수많은 모델들이 가격도 천차만별이고 모델명도 이상해서 대체 뭔지 몰랐기에 그나마 쉬워보이는 무선확장기를 구매했었다.

그리고는 동생을 불러 설치를 시키고 동생이 이렇게 하면 돼~ 라는 말만 듣고 몇달이 지났다. (생각해보니 아직도 '자발적' 하드웨어 실험으로의 태도는 좀 먼것 같다.)

이번에는 데스크탑을 내 방에 설치할 일이 있었는데, 데스크탑에는 항상 유선 랜만 꽂아두고 사용했어서 무선 랜카드를 사야했었다.

 집에는 2.5GHz를 지원하는 와이파이와 5G를 지원하는 와이파이가 동시에 출력이 되어 일단 랜카드를 사러 다이소에 갔는데, 5G는 지원하지 않지만 2.5GHz를 지원하는 저렴한 최대 300ms짜리 무선 랜카드를 팔길래, 사온 뒤 pc에 꽂고 오랜만의 휴가에 게임을 잠깐 했었는데, 연결이 너무 잘 안되길래 도대체 이게 속도가 얼마야 하고 보니 10ms가 찍히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는 속도에 쿠팡으로 와이파이 속도가 문젠가 싶어서 보니 현재 wi-fi6까지 찍히는 무선 랜카드를 팔길래 구매했다. 그런데 무선 랜카드를 꽂아도 속도가 너무 안 나오길래 그제서야 부랴부랴 문제점이 뭔지 찾기 시작했다.

 

 문제 1. 세팅을 해두지 않은 와이파이

 첫 번째 발견은, 결론부터 말하자면 무선 확장기에 와이파이 세팅이 되지 않았었다. 저 확장기는 2.5GHz와 5GHz를 모두 수신해서 신호를 송신할 수 있는 모델인데, 5GHz 수신기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분명히 와이파이 이름은 iptime_extender_5G였는데, 그것만 믿고 착각을 한 것이다. 

사용한 모델의 무선 확장방식은 여러개인데, 입력으로 들어온 2.4Ghz와 5Ghz를 이용해 여러가지 노선으로 신호를 확장시킬 수 있었다.

찬찬히 설명서를 읽고 따라해보니, 기존에 있던 2.4Ghz를 받아와서 위 사진의 빨간 박스처럼 2.4Ghz와 5Ghz로 뿌리고 있었던 것이다. 어쩐지 속도가 너무 안나오더라니... 세팅만 해 두니 바로 속도가 10배 올라갔다. 

 

 문제 2. 국제 규약

 속도는 해결했고, 집의 모뎀에서 나오는 와이파이가 Wi-Fi 6으로 나오는것도 인지했는데 어째선지 5G로 연결해봐도 Wi-Fi 6이 세팅되지 않았다. 문제는 국제 규격에 있었다. 찾아보니 국제 규약은 다음과 같다.

규약명 (구) 규약명 주파수 특징
Wi-Fi 1 802.11b 2.4Ghz  
Wi-Fi 2 802.11a 5Ghz  
Wi-Fi 3 802.11g 2.4Ghz  
Wi-Fi 4 802.11n 2.4Ghz & 5Ghz Dual-Band 지원
Wi-Fi 5 802.11ac 5Ghz Giga-Wifi 지원 시작
Wi-Fi 6 802.11ax 2.4Ghz & 5Ghz + 1~6Ghz ISM  

쿠팡에서 구매할 때 모델들이 전부 다 AC-1000M AX3000U 이런식으로 되어 있길래 그냥 모델 명이 저런건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국제 규약이었다. 내가 구매한 모델을 보면 iptime "AC1200" "Giga-Extender" 이므로 Wi-Fi 5에 맞춘 모델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모뎀이 Wi-Fi 6을 지원해도, 무선 확장기가 Wi-Fi 5를 이용하기에 Wi-Fi 6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추가)

 윈도우를 기준으로, CMD에서 다음의 명령어로 인터페이스 및 드라이버를 확인할 수 있다.

$ netsh wlan show interfaces

시스템에 1 인터페이스가 있습니다

이름          : Wi-Fi 2
설명          : Realtek 8832CU Wireless LAN WiFi 6 USB NIC
...
SSID         : U+Net9443_5G
...
송수신 장치 종류 : 802.11ac
인증          : WPA2-개인


$ netsh wlan show drivers

인터페이스 이름 : Wi-Fi 2

드라이버 : Realtek 8832CU Wireless LAN WiFi 6 USB NIC
...
지원되는 주파수 형식 : 802.11b 802.11g 802.11ac 802.11ax 802.11a
...

이제 내 와이파이 규약명이 무엇인지, 또 내 랜카드는 어느 Wi-Fi를 지원하는지 이해가 됐다.

 

문제 3. SSID

 다시 연결하려고 보니, 분명히 세팅 전에는 iptime_giga_extender5 와이파이가 있었는데 세팅을 하고 나니 없어졌길래 잘못 세팅한 줄 알고 한참을 찾았는데, 찾고 보니 세팅이 완료되면 기존의 SSID를 따라가고, 한 주파수에서 다른 주파수를 분리하면 그제서야 SSID가 따로 세팅된다고 되어 있었다. SSID가 무엇인지는 문제 2번의 cmd에서 확인해 보니 기존 사용하던 와이파이의 이름이었다.

 

 결론

 생각보다 찾으면 금방 나오는 정보들임에도 불구하고, 귀찮거나 바쁘다고 또 습관처럼 미뤄놨던 나를 반성한다. 알고 나니 집에 쌓여있던 랜카드나 공유기 모델명이 이제 무슨 모델을 지원하는지, 또 네트워크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잘 확인이 된다. 앞으로는 네트워크 말고도 조금 더 하드웨어 레이어에 있는 것들을 만져보면서 탐험해야겠다. 또 글을 쓰면서 다시 한번 제품설명을 보니 iptime Easy Mesh Agent를 지원한다는데, 다음에 시간될때는 동일 기기를 Extender로 쓰느냐, Mesh Agent로 쓰느냐에 대해 포스팅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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